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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역 개발로 갈곳 잃은 ‘노숙인 센터’ -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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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님 작성일16-02-04 11:07 조회6,43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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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서울역 고가공원 사업 추진
“미관상 좋지 않아 가건물 철거”

노숙인 일자리 상담·쉼터 역할한
희망지원센터 이전 장소 못찾아

시, 지하도 안으로 옮기는 방안도 고려
센터 “제대로 된 건물이었으면”
철거위기 몰린 서울역 희망지원센터
철거위기 몰린 서울역 희망지원센터
노숙인 지원시설인 서울역 희망지원센터 직원들은 요 며칠 꼬박 밤샘근무를 했다. 갑자기 몰아닥친 한파를 피하려고 센터로 몰려든 노숙인들을 위해 집기를 들어내가며 누울 자리를 마련하고, 서울역 지하도 주변을 돌며 잠든 노숙인들에게 핫팩이나 옷을 나눠주는 일을 해야 해서다. 덕분에 급작스레 찾아온 한파에도 노숙인 동사자가 발생하는 걸 막을 수 있었다. 그런데 최근 이 센터엔 추위보다 더 큰 걱정거리가 생겼다. 서울시가 ‘서울역 7017 프로젝트 보행길 조성 계획’(서울역 고가공원 사업)을 추진하면서 ‘미관상 좋지 않다’는 이유로 센터를 철거하겠다고 해서다. “노숙인들에게 꼭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선 센터가 노숙인들의 접근성이 좋은 서울역 광장과 가까운 곳에 있어야 하는데, 갈 곳이 마땅치 않네요.” 센터 쪽 관계자는 답답한 마음을 드러냈다.

희망지원센터는 2011년 겨울 코레일이 서울역 역사 내부 노숙을 금지하면서 서울역 광장에 문을 열었다. 서울역 광장의 옛 역사 앞에 330㎡(100평) 남짓의 컨테이너형 가건물로 지어진 센터 안에 샤워시설과 옷방, 추위·더위를 피할 수 있는 긴급구호방·상담실 등을 마련하고 서울역 주변 노숙인에 대한 지원 활동을 해왔다. 노숙인들에게 이곳은 단순히 따뜻한 잠자리를 제공해주는 곳을 넘어 주거나 일자리 관련 상담 등을 받을 수 있는 거점 공간이기도 했다.

하지만 서울시는 “대한민국의 관문으로서 서울역의 역할 회복”을 위해 희망지원센터의 이전·철거를 추진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미관상 좋지 않은 가시설들을 철거할 예정”이라며 “희망지원센터도 이전 부지를 마련하기 위해 관계 기관과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이전 부지가 마련되기 전까진 센터를 철거하지 않겠다는 방침이지만, 문제는 이전할 곳이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현재 센터 자리를 포함해 서울역 광장에서 가까운 땅은 대부분 코레일 소유로, 코레일이 부지를 내주지 않으면 이전할 수 있는 공간이 없다. 서울시 관계자는 “코레일 주차장 부지로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코레일 쪽에서 ‘어렵다’는 대답을 들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코레일 관계자는 “아직까지 부지 이전과 관련해 논의된 바는 없다”는 입장이다. 결국 서울시는 노숙인들이 ‘깡통’이라 부르는 임시 긴급구호방이 있는 지하도로 센터 전체를 옮기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지만 센터 쪽에선 지하도 이전을 마뜩지 않아 하는 상태다.

이종만 희망지원센터 실장은 “지난해 지하도를 내려가던 노숙인이 계단에서 넘어져 숨진 일도 있었고 환경도 좋지 않다”며 “멀리 떨어져 있는 진료센터까지 한데 모아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고 혐오시설이라는 낙인을 벗기 위해서라도 제대로 된 건물이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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